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수세미를 식물 수세미로 바꾸고, 주방세제를 고체형 비누로 바꾼 지 좀 되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보통엄마jin' 채널 영상을 보고 설거지비누 만드는게 완전 쉽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게다가 커피 원두 찌꺼기로 만드시더라고요!
제가 아이스 카페라떼를 엄청 자주 먹는데, 매번 카페에서 사먹는 돈이 아까워서 모카포트로 갈아탔거든요. 거의 매일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추출해서 우유 타 먹고있습니다.그 때마다 매번 생겨나는 커피 찌꺼기를 아까워 하면서도 그냥 일반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추출하고 난 원두가루에도 양분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고, 식물에 비료삼아 줘도 된다고 들어서 집에 몇 개 안되는 식물친구들한테도 줘 봤는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쥬ㅋㅋ
근데 이 원두찌꺼기가 설거지비누로 재탄생 할 수 있다니 너무 반가워서 그 날부터 바로 원두가루 열심히 말리고 모았습니다ㅎㅎ
만들어보고 쓸만하다 싶으면 친구들 몇 개 나눠줘보려고요. 설거지비누 홍보좀 할 겸..ㅎㅎ
문제의 영상.. 이거 보고나면 다들 만들고싶어질거예요..
여기서도 상당히 간단히 만들었는데, 귀찮은거 엄청 싫어하는 저는 그마저도 더 생략해서 대충 만들었습니다. 완전 간단해요. 초등학교 저학년생도 뚝딱 만들 수 있음!
비누 베이스 입니다. 1kg에 삼천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배송비가 아까워서 왕창 시킬까 하다가 한 두번 만들다 말 수도 있으니 일단 하나만 시켜봤습니다.
깍두기처럼 조각나 있는 상품도 있고, 저렇게 덩어리 두개 뙇 있는것도 있는데 저는 덩어리가 보관하기 쉬울 것 같아서 덩어리로 샀습니다. 근데 이 덩어리가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따 말씀드릴게요.
커피 찌꺼기 입니다. 주의! 물에 젖어서 덩어리진 채 놔두면 곰팡이가 생겨요. 넓은 통에다가 잘 부숴서(?) 펼쳐서 바짝 말려줘야 합니다.
저는 햇볕에 바삭바삭하게 말려놨어요. 제 기억으로는 2컵짜리 모카포트로 세 번 뽑아먹은 분량인 것 같아요.
아, 커피가루를 왜 넣냐면! 원두가루 찌꺼기에 유분이 남아있어서 기름을 녹이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평소에 후라이팬 설거지하기 전에 커피가루로 슥슥 문대서 기름기를 없애준 다음 해주기도 하거든요.
이 두가지를 준비했다면 다 준비된 겁니다.
나의 라떼가 되어 준 우유가 담겨있던 팩
다른 비누 레시피 영상들에선 실리콘으로 된 이쁜 틀로 만드시던데.. 쓰레기 줄이려는 목적으로 만드는 건데 그거 하겠다고 이쁜 틀을 사면 안되겠죠. 돈도 아낄 겸 든든한 우유팩으로 갑니다.
당근 깨끗이 씻어줘야겠죠.
꼭 우유팩 아니더라도 다 쓴 화장품 통, 아이스크림 통 등등 뭐든 가능합니다. 다만 물에 젖어 달라붙거나 녹지 않아야 하고, 나중에 비누가 굳은 다음에 빼내야 하니 아주 단단한 용기보다는 손으로 눌러 모양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 통이 좋겠죠!
집에 언젠가부터 있던 올리브유 입니다.
왜 넣으라는진 모르겠는데 일단 넣으라니까 챙겼어요. 필수인지는 모르겠어요.
우유팩 한 면을 잘라내고, 주둥이 부분을 알아서 잘(ㅋㅋ) 접어서 테이프로 고정해줍니다. 상자 모양이 되게요.
테이프는 깔끔하게 붙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못생긴 건 제가 쓸거니까요.
비누베이스를 적당한 통에 담아 녹입니다. 저는 500g짜리 한 덩어리를 반으로 잘라서 넣었는데, 좀 더 잘게 잘라서 넣는 걸 추천드려요.
뭐로 자르느냐? 식칼로 자릅니다. 뭔가 저런 것(?)을 식칼로 자른다는 게 왠지 꺼림찍할 수 있는데 어차피 이걸로 설거지할거 아닌가? 한번 생각하니 전혀 찝찝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녹이는 건 냄비로 가열해도 되고, 저처럼 전자레인지로 1-2분 돌려도 됩니다. 전자레인지가 편하더라고요.
비누베이스를 잘게 잘라야 하는 이유가.. 저렇게 덩어리가 끈질기게 남아있습니다. 깍두기 형태로 사시거나 녹이기 전에 잘게 잘라서 녹여주세요.
주의하실 점이, 가열을 너무 많이 해서 베이스가 끓어오르면 기포가 왕창 생겨서 안좋다고 합니다. 비누 성능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닌 것 같고, 굳고 나서도 기포가 뽀글뽀글 남아있으면 모양이 못생겨져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전자렌지 넉넉하게 돌려놓지 마시고... 40초 정도씩 돌리고 꺼내서 한번 저어주고 상태 확인해가면서 다 녹을때까지 돌리면 됩니다.
저는 저 덩어리 친구들 때문에ㅋㅋ 다해서 2분 좀 넘게 돌린 것 같아요.
원두가루를 넣습니다. 이 때도 거품조심!
저는 원두가루를 좀 많이 넣은 것 같습니다. 다음엔 이번에 넣은 양의 반 정도만 넣어보려고요. 사실 엄청난 조합으로 무지막지한 성능의 설거지비누를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넣어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올리브유도 한 숟갈 넣어줍니다. 왜 넣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부드러워지기 위함인가?
이제부턴 뭐..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과정들 입니다. 섞어주면 되겠죠. 역시 약간 천천히 섞어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합니다. 미숫가루 섞듯이 신나게 섞으면 안되겠죠.
위의 영상에서는 커피가루를 한 스푼 정도만 넣고, 커피 원액을 넣어주더라고요. 저는 제가 먹기도 아까운 커피를 굳이 비누에게 양보하고싶진 않아서 가루를 왕창 넣어줬습니다.
가루만 넣어줘도 비누베이스에 커피가 녹아 갈색이 되더라고요. 진한 커피향을 원하는 게 아니시라면 저처럼 커피 원액은 생략하셔도 될 것 같아요.
준비한 틀에 검은물을 붓습니다. 이 역시 천천히 ㅎㅎ..
준비한 틀이 전자렌지에 돌려도 상관 없는 재료라면 애초에 그 틀에다 베이스 넣고 전자렌지 돌리고 섞고 다 하셔도 상관은 없을 것 같아요.
그대로 2-3시간 정도 서늘한 곳에 놔두면 굳습니다. 완전 양갱 비주얼이네요.
저는 두시간 정도 지났을 때 만져보니 아랫쪽에 아직 뜨뜻한 감이 있어서 한시간정도 더 놔두었습니다.
저는 우유팩 모서리를 잘라서 선물 포장 벗겨내듯이 꺼냈습니다. 스팸 꺼내듯이 뒤집어서 털어도 됩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줍니다. 역시 식칼로 잘랐어요. 은근재밌음
모서리가 지저분하게 잘린 부분은 한번씩 칼로 다듬어주고,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종이쪼가리로 감싸서 보관합니다.
다듬는 것도 안해도 돼요. 저는 선물할까 싶어서 최소한의 신경을 써봤습니다.
비누끼리 맞닿아 있으면 붙어버릴 수 있으니 보관할 때 맞닿는 부분만에라도 종이 한 장 끼워주세요.
저는 신문지로 감싸서 부엌 찬장 남는 공간에 대강 넣어놧어요. 냄새에 민감한 식재료 주변이나 너무 더워서 비누가 녹을만한 공간만 아니면 어디든 보관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모래알만한 팁이라면 비누 만드는 과정에서 옮겨담은 통에 붙어있던 비누 잔여물, 모서리 다듬고 나온 비누조각들은 버리지 말고 통에 그대로 넣고 물에 풀어서 바로 다음 설거지할 때 쓰세요 ㅋㅋ
저는 이미 한동안 설거지비누를 써왔어서, 설거지비누의 성능에 별로 의심을 갖고있진 않았고, 다만 쓰면서 불편한 부분이 있을까 싶어 제일 못생긴 녀석(우유팩 테이프에 닿은 부분)으로 테스트 해봤어요.
거품 잘 나고, 세척도 잘 됩니다.
다만 선물하기에 마음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커피가루를 너무 왕창 넣어서 그런지 ㅋㅋ 설거지 할 때 그릇에 간간히 커피가루 점박이들이 붙습니다. 저는 이친구들이 기름기 제거도 도와 줄거고, 어차피 헹굴 때 다 씻겨가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하지만 커피 비누로 처음 설거지해보는 분은 약간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선물 주기 전에 받는 사람한테 이 정도는 미리 얘기 해줘야겠어요.
설거지에 전혀 문제 없고, 만들어 쓰면 엄청 싸고, 헹굴 때도 잘 헹궈져서 이젠 설거지비누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집안일 중에 설거지를 제에에일 싫어하는데, 이거 만들고 나니 설거지에 없던 애정이 아주 조금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ㅋㅋ 내일부터 커피 마실때마다 나올 원두 찌꺼기들도 열심히 말려가며 모아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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