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셨나요?
올해 2차 시험에 들어가시는 분들은 지금 한참 바쁜 시기를 보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험 공부 방법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것 같아서 기록할 겸 적어두려 합니다.
외교사 공부를 위해 몇몇 단행본들을 꼭 읽으라고 추천 받은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근데 막상 책을 읽다보면, 다음과 같은 고민이 생깁니다.
고민 끝에 야심차게 책을 전부 요약하겠다고 덤벼들었다가 중도하차하기도 하죠.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내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험 공부를 위해 책을 읽는 겁니다.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목표는 시험장에서 책에서 알게 된 내용을 명료하게 써내려가는 것입니다.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목표지점으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시험장에서 답안을 잘 쓰려면 -> 문제를 보고 해당되는 외교사적 지식과 함의가 떠올라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 출제 가능한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 -> 그러므로 책을 읽으며 예상문제와 답을 정리한다.]
소개는 이만 줄이고, 제가 했던 방법을 보여드릴게요. 저는 친구 한 명과 같이 이 과정을 했습니다. 혼자 해도 괜찮겠지만, 2-3명 정도가 같이 할 때 가장 효율이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서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다르기도 하고, 문제에 대한 답도 같이 고민할 때 더 풍성해 집니다.
아래 방법대로 하면 적어도 '아무 생각 없이' '무턱대고' 읽는 대신에, 목적의식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하며 읽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먼저 한 챕터를 읽습니다. 보통 외교사 필독서로 추천되는 책들은 주요한 사건 또는 시기가 각각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한 장은 하나의 테마/주제를 다룹니다.
한 장을 편하고 즐겁게 읽습니다. 읽으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표시를 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근데 너무 자주, 많이 표시하지는 마세요.
이제 문제를 내보는 겁니다. 기출문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외교관후보자시험에서 출제되는 외교사 문제는 형식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보통 물어보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엄밀히 종류를 나눈 것은 아니고.. 그냥 떠오르는대로 적어볼게요.)
이런 느낌으로 나름대로 문제를 내 보면 됩니다.
복잡한 질문이나 긴 지문을 설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문장, 길어봐야 두 문장 정도의 간단한 문제를 떠올려서 적어봅니다.
문제만 예상하고 답을 생각해두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겠죠.
문제에 대한 답을 간단한 키워드 정도로만 적습니다. 완성된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20점 분량으로 답안지 쓰기'처럼 너무 부담스러운 목표를 설정해 두면 진도가 느려지고, 의욕을 잃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X사건(전쟁)의 전후처리를 위한 협상과정에서 각 국가의 입장]에 대한 답을 적는다고 한다면,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답을 모르겠으면 책을 들춰보고, 함께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며 보충합니다.
마지막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나중에 다시 이 부분을 공부할 때 빠르게 훑어보며 중요한 내용을 리마인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방식대로 공부한 제 책을 보여드릴게요. [국제관계사]입니다.
저는 이렇게 문제의 답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펼쳐서 책 옆면에 튀어나오도록 붙였습니다.
이유는 나중에 이 포스트잇을 북마크 삼아 빠르게 훑어보기 위함입니다.
표시가 아예 없거나, 밑줄 정도만 그어져 있거나, 탭으로 북마크 정도만 되어있다면 공부했던 내용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미래의 나 자신이 고마워 할 것입니다.
옆면을 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포스트잇을 잡고 책을 열어서, 문제를 읽어보고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해당 페이지 전후를 한번 읽어보는 식으로 복습을 할 수 있습니다.
(여담)
이렇게 공부하면 시험날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 쯤엔 출제 가능성이 높은 문제를 대여섯 개 꼽을 수 있고, 이상하게 '삘'이 오는 문제가 두어 개 정도 생깁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 중 하나가 외교사 문제로 나올 겁니다.
실제로 2021년 시험에서, 친구와 막판에 예상한 국제정치학 문제가 외교사 문제를 포함해서 두 개나 출제됐어요. 세 문제 중 두 문제를 찍은 거예요. 달려가서 절 할 뻔 했습니다.
물론 운도 조금 도왔겠지만, 운빨 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중요하고 나올 만 한데, 아직 안 나온 문제'는 따져보면 몇 개 없어요.
또 그 중에서 유난히 어떤 문제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그냥 '예감'이 아닙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역사적 사실과 이론과 해석, 그리고 그에 대한 본인의 감상들이 이리저리 연결되면서 생겨나는 직관인 것 같아요.
이걸 강사나 교수가 '짚어주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주일 뒤 시험을 볼 당사자가 간절한 마음으로 그동안 쌓아 둔 책과 노트를 뒤적일 때에만 터지는 스파크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매일 열심히 하긴 하는데, 아직 감을 못 잡겠고 막막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먼저 목표와 전략을 충분히 고민해보고, 그 전략을 따라 우직하게 해나가 보세요. '스파크가 튀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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