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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 소설책 보다가 깜짝놀란 이야기

🤩 성인 ADHD

by Yun#5811 2020. 1. 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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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때부터 소설과 드라마를 즐기지 않았다. 이유는 어려워서.

 

무슨소린가 싶겠지만 정말로 그랬다.

가족들과 같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아니 쟤랑 쟤랑 아는 사이야?" "아~~ 저둘이 사귀는거야?" "쟤는 갑자기 누구야?"

이런 질문들을 남발했다.

그럴때마다 가족들은 "너 대체 공부는 어떻게 하는거냐" 라며 하하호호 웃었다.

 

소설도 그랬다.

내가 무지 흥미를 가져서 씹어먹을 기세로 하루 이틀만에 싹 다 읽어버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설을 그렇게 즐기지를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고전 문학작품을 보면서

감명을 받고 인생을 성찰하던데

도무지 그게 되는건가 싶었다. 나는 내가 어려서 혹은 멍청해서 그걸 못하는 줄 알았찌..

그래서 난 항상 건조하다 못해 퍼석퍼석한 사회과학서적만 읽었다.

 

또, 역사를 그렇게도 못했다.

지금도 외교사로 한 고생 하고 있지만 중고등학교때 한국사, 근현대사, 세계사가 제일 기피하는 과목이었다.

어느 날 야자시간에 역사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더니 나보고

"야 넌 다른과목 하지말고 국사를 공부해~~" 라며 농담 섞인 타박을 던져왔다.

그러자 반 친구 한명이

"아 선생님 서운하게 무슨소리세요 얘 맨날 국사만 하는데 ㅡㅡ"

"얘 국사교과서 보셨어요? 필기 개쩔어요 아 너무서운하네~~"

라고 받아쳐준 적이 있다. 그 때 배 잡고 웃었었는데

이때도 나는 내가 그저 역사를 싫어해서 못하는 줄 알았지..

 

실생활에서도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엄청 단순하게만 생각해왔다. (사실 이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게 내 지능의 특성 정도라고만 생각하고 지내왔다.

개념의 이해와 구조화, 응용은 굉장히 빠르게 잘했다. 

고등학교 때 몇몇 과목들은 처음에 개념을 소화하고 나서는 두번다시 공부하지 않아도 모의고사 1등급이 꾸준히 나왔다.

근데, 시간의 흐름, 주체들간의 관계, 역동성, 변화를 파악하고 기억하는데는 정말 약했다.

흐름을 따라가고 있으면 그 이전의 내용들을 다 잊었고

예를들어 A와 B가 주고받는 행동이나 전략을 쫓아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쉬는시간에 친구들이 종종 하던 "야구게임"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고

체스, 장기를 비롯한 보드게임에 아주 쥐약이었다.

 

근데 지금 나는 이것이 모두 ADHD와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의사도 전문가도 아니고 나자신도 잘 모르는 유노나띵 인간 1일 뿐이다.

단지 내 자신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뿐..)

 

암튼, 이런 의심을 하게 된 계기가 뭐냐면

예~~전에, 아마 몇 년이 지났을지도 모를 어떤 날, 기차 안에서 처음 몇 장 정도만 읽다 덮은 소설책이 있다.

후안 카를로스 오네티의 [조선소].

 

난 언제나 문학을 "즐기고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 날도 패기롭게 소설책 한 권을 가방에 넣고 기차에 탔을 것이다.

근데 아무리 참고 읽어보려 해도 도무지 등장인물과 상황 파악이 1도 안되는거다. 그렇게 이 소설도 포기했다.

 

그 때 내가 이해한 정도를 적어보자면

[무슨 남자가 나오네. 사업을 하는건가? 무슨 여자도 나오네]

이정도였다. 웃기려고 하는거 아니고 진짜로.

 

엊그제, 이 책이 갑자기 생각나서 집어들었다.

(죽을것같이 피곤했는데 그래도 '공부가 아닌' 책을 읽고싶었다)

한 40페이지 정도까지 읽었는데 인물과 상황이 파악이 되면서 그 뒤가 궁금한것이다!!

소오름이 돋는다.

그 때 기차에서 보던 책이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이다.

 

그러면서.. 갑자기 과거에 내가 포기한 모든 소설들과 위에 적은 모든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설마... 혹시..???

 

암턴.. 결론은 

이게 정말로 ADHD와 관련된 특성이고

콘서타로 이런 점이 보완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진정 문학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가! 하고

기뻐하고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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