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주의 TMI주의
살면서 의사한테 칭찬(?) 들을 일이 뭐가 있을까
떠올려보면 의사선생님한테는 항상 혼나기만 했다.
"이 나이에 이 정도면 너무 자주 아픈 거예요" (내과)
"밤 새고 그러니까 몸이 망가지죠" (응급실)
"본인 잇몸 많이 안좋은거 알고 계시죠? 신경쓰셔야해요" (치과)
"치아 자체가 물러서 충치 잘생겨요. 예의주시하세여" (치과)
"생활습관 고치고 스트레칭, 운동 많이하셔야해요." (구강내과)
...
사실 내과는.. 너무 자주 혼나서 또 혼날까봐 일부러 모르는 의사선생님 계신 다른 병원으로 간 적도 있다.
종합병원이다, 약국이다 별 소리를 들어가며 잔병치레를 달고 살던 내가
살아생전 처음으로 정신과에서 칭찬을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정신과-
> 약 먹고 좀 어때요 집중이 잘되나요??
블라블라~~
어쩌고저쩌고~~
>요즘 식욕은 어때요? 입맛이 없거나 그런가요?
아 쌤, 제가 요즘 너무..
>네 너무..?
잘먹어요.
>?
너무 잘먹는데요?
약 먹기 시작한 첨에는 좀 살 빠지나 했는데 이젠 쫌만 더먹으면 살이 찔거같아요.
>아 진짜요? (빵터짐) 입이 마르거나 하진 않나요?
잘 모르겠어요.. 원래도 물 자주 마셔서..
>잠은요? 잠이 안온다거나..?
아뇨 잘자요. 밤에 하도 피곤해서..
>심장이 크게 뛴다거나 하는것도 없고요?
네 제가 둔감해서 그런가 전혀 모르겠네요..
>신기하네요 00님처럼 이렇게 부작용 없는 사람 잘 없을텐데
아 그래요?
>그럼요~ 부작용때문에 약 포기하시는 분들도 계셔요
아.. 그거 참 다행이네요.. 좋네요
살면서 병원에서 이렇게 편안한 대화 해본 적 처음이다.
내 노력이나 행동에 따른 결과는 아니지만
왠진 모르지만 나한텐 콘서타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것 같고
그걸 신기해하시는 의사선생님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다. 뿌듯하다. (사실 뿌듯할 이유 1도 없음)
의사선생님 질문으로 미루어 보건대
식욕부진, 빈맥, 불면증, 갈증 정도가 콘서타의 부작용인 것 같다.
(유일하게 정보값 있는 대목)
암턴..
건강한 치아나 튼튼한 위장을 타고난 사람을 내가 죽도록 부러워했듯이
콘서타 부작용 없는 뇌(?)가 엄청난 복임을 항상 되새기며
ADHD를 연구하고, 검사프로그램과 약을 개발하신 수많은 학자분들과
약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과, 한국의 의료보험 시스템과, 유능하신 의사분들
기타 등등 여러것들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겠읍니다..
+
콘서타 부작용 없는 뇌가 엄청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ADHD 있는 뇌가 원망스러운 건 아니다.
아마도 ADHD덕에 나는 무던하고, 재미있고, 엉뚱하고, 열정넘치고, 호기심 많은 사람으로 성장해왔고
그건 분명히 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뭐가 되었든 어떻게 타고나느냐는 랜덤픽인거.. 타고 난 대로 잘 맞춰서 살아야겠다는 게 내 다짐이다.
좋은 것엔 감사하고 안좋은 것엔 아쉬워하더라도
그걸로 자신을 갉아먹을 이유도, 남을 부러워할 것도,
또 반대로 자만하거나 남을 측은하게 볼 이유도 한 개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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