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의사가 아니며, ADHD 환자입니다. 인지치료의 목적으로 ADHD에 관해 개인적으로 조사하여 내린 결과를 공유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성인 ADHD 약물 치료에 있어 나 스스로 갖는 인식의 출발은 이렇다. << 주관적임!
첫째, 'ADHD는 완치되는게 아니다'. 진단 전과 후 여러 도서와 유튜브 영상(how to ADHD채널 등) 을 통해 나름대로 ADHD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본 결과, ADHD는 일시적인 '질환'이 아니라 '뇌의 특성'이기 떄문에 약물을 통해 '치료'가 된다는 생각을 배제하기로 했다. 우리 뇌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와 흡수로 적절한 수준의 주의력, 집중력, 휴식 등을 가능케 한다. 그런데 ADHD 환자들의 경우 어떠한 이유로 특정 신경전달물질들이 너무 적게 분비되거나, 뉴런으로 너무 많이 재흡수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니까 특정 사건이나 환경 등에 의해 ADHD가 '발병'하는게 아니라, ADHD적 특성을 가진 뇌를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유전적 요인이 크다고들 한다.)
코넬의대 에릭 브레이버맨 교수에 의하면 신경전달물질의 결핍, 과다, 불균형에 의해 ADHD가 발생하는 경우 주로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 노프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 세로토닌 등이 있다. 출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ADHD의 원인
위에 소개된 신경전달물질 중 우리에게 익숙한 '도파민'은 주의집중력 뿐만 아니라 '성취감'에도 영향을 준다. 출처: how to adhd, Why You Can Focus on Video Games
ADHD환자는 도파민이 적게 분비되어 성취감을 적게 느끼기 때문에 자기동기부여가 어렵다. ADHD환자가 왜 업무에는 집중 못하면서 게임, 뜨게질 같이 흥미로운 일에는 잘만 집중하느냐? 그런 개꿀잼 취미들은 성취가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개노잼 공부나 업무 등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에 맞는 직업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활동량이 많고 피드백이 즉각적인 서빙 업무라던가, 성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나며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주 명확한 영업직을 예로 들 수 있다. 나는 정적이며,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는 진로를 골랐다. 줴엔장)
ADHD 환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약물 '콘서타(메틸페니데이트)'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약물은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약물마다 다르다)동안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 억제 & 분비 활성화를 해줄 뿐, 근본적인 뇌의 특성을 바꾸진 않는다.
메칠페니데이트는 뇌 안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프리시냅틱 뉴런으로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함과 동시에 분비를 활성화시켜 뉴런 간의 활동이 활발해지도록 하는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출처: [제약대전④]ADHD 치료제, '콘서타 vs 스트라테라'
(여담: 콘서타는 기본적으로 각성제 성분이다. 진단 후기에도 썼듯이, 일반인이 복용하면 각성/흥분되는 느낌을 받는 반면 ADHD 환자는 복용시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둘째, '약물은 생활습관 개선을 돕기위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약물은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동안 일반적인 뇌를 가진 사람들과 비슷하게 주의력, 집중력, 충동조절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ADHD환자는 약물 투여를 통해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아침에 하루 계획을 세운다, 메모를 습관화 한다, 정해진 시간에 휴식하고 업무를 시작한다.]와 같은 규칙들을 스스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냥 저 습관들을 시행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처방을 내릴 정도로 ADHD적 특성이 강한 사람들은 약물 없이는 시작이 쉽지 않다. 시간개념이 모호하고, 일을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의 모든 과정에 어려움을 느낀다. 뇌의 특성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 때문에 자기개선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것은 스스로가 게으르다고 자책하게 되거나, 오히려 의지를 잃게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우울증, 강박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우울증 등 다른 질환 치료를 하다가 ADHD임을 발견하여, ADHD 치료 후 다른 질환의 치료가 진전되었다는 사례들도 있다. 출처: 유투브 뇌부자들, ... 성인ADHD의 진실
(여담: 자신의 ADHD를 의심하지만 부모님 등 가족들이 그것을 '게으름'으로 치부해 진단받는 것을 거부하는 사례가 가장 안타깝다.. 주변에서의 부정적인 평가는 내재화되기 십상이고 그건 정신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 전두엽과 싸우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당신이 이길수도 없어요.. 현대의학 활용하여 광명찾자..)
따라서 약물의 도움을 통해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규칙을 실천하고, 이것이 습관으로 정착될 때까지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ADHD 특성이 심한 경우가 아니거나, 일단 시작한 일에는 집중할 수 있는 환자의 경우라면 습관 정착 이후에는 약물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약물 졸업(?)을 목표로 하자'. 이건 내 개인적인 인식이다. ADHD 특성이 심하여 고용량의 약물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주의집중이 흐트러지는 사람이라면 부작용이 없는 선에서 약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투약으로부터 얻는 이익과 불이익을 따져 보았을 때 전자가 크다면 투약을 지속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투약의 이익은 업무 효율성, 고통 없는 일상생활, 인간관계 개선, 자존감 회복 등이 있겠다. 투약의 불이익은 부작용, 약의 비용(만만치않다!), 정신과를 주기적으로 방문해야하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 등이다. 아, 물론 약을 먹는다고 저절로 생활습관이 개선되고 업무가 효율적이게 되고 하는건 아니다. 개선하고자하는 의지와 노력이 당연히! 수반되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나의 ADHD적 특성은 그리 심한 편이 아니다. 현재 콘서타를 18mg의 최소용량으로 처방받고 있으며, 처방 이전에도 대화할 때 상대방에 집중하지 못한다거나, 과잉행동의 문제는 없었다. 업무나 공부를 시작하는 것과 꾸준히 지속하는것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아예 집중을 못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결과물을 내었다면)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일이 많았다.
그렇기에 나는 약물 졸업을 목표로 하고자 한다. 콘서타 복용을 통해 무기력증에서 탈피하여, 시간관리 습관을 익히고 집중을 유지하도록 돕는 환경 조성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리잡는다면, 의사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약물 졸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 생각이다. 이 목표를 두고 더 열심히 생활개선에 노력할 것이다. 물론 절대 자의적으로 약물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성의를 기울인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아서 좋을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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