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ADHD 약물치료 콘서타 후기

2019년 11월 1일부터 콘서타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일지를 바탕으로 콘서타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약을 복용하고 나서 직접적으로 느낀 '감각'이 아니라, 약 복용으로 바뀐 나의 '행동' 위주의 후기이다. 약만 먹고 땡이 아니라, 생활패턴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결과이다.

처음엔 최소용량인 18mg으로 시작했고 11월 26일부터 27mg으로 증량했다. 증량한 이유는 다른 포스팅에 쓸 예정이다.

복용 초기(증량 이전)에 적어둔 기록이다. 완전 초기에는 '내가 약을 먹는당!' 하며 자꾸 의식했기 때문에 효과 이야기가 좀 과장됐을 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봐주길.

주제를 효과/부작용/안먹은날로 나누었고 주제 내에서는 시간순서다.

효과 관련

플라시보인건지 진짜 약효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약효 끝날 시간쯤 되니까 바로 딴짓 시작했다.

친구가 갑자기 동네에 와서 오후에 버스타고 나가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생긴 일정임에도 가기 싫은 마음이나 부담감이 없었다.

원래는 갑작스러운 약속이 생기면 지레 피곤할 걸 미리 걱정하고, 괜히 집에 들렀다 가야 할것 같고, 갈 준비 하느라 스트레스받고, 결국 출발하기까지 엄청 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일련의 고통받는 과정이 사라졌다.

정말 가뿐히 가서 대화하고 집으로 걸어왔다. 다들 이런 주말을 보내는 거였나!?

가끔씩 어떤 일을 하든 정말 사소한 일에 갑자기 흥분하고 들떴었는데 그게 없어졌다. 사실 약 먹어보기 전까진 내가 그런줄도 몰랐다. 잔잔해지고 나니 느껴지네.

공부할때 문제가 납득이 안간다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갑자기 승질이 나서 에라이 하고 집에 가고싶은 감정이 들었었는데, 이젠 안그런다. 급하게 훌렁훌렁 진도만 나가려 하지도 않고 차분히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강도로 공부할 수 있다.

콘서타의 약효가 도는것 같다, 약효가 끝난 것 같다 하는 감각이 없고 아무렇지 않다. 

쉴 때 쉬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공부할때도 집안일 할 때도 쉴 때도 자꾸 다른 일을 생각하며 (예를들어 공부할때 설거지 해야되는데.. 생각함)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이젠 공부할 떈 공부만 하고 쉴땐 쉰다. 설거지 할땐 설거지만 한다. 그래서 빨리 끝낸다. 집안일이 가뿐해졌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수월해졌다. 확실히 차분해지긴 한거같은데 차분한 마음으로 유투브 본다. (ㅋㅋ)

원래 기본으로 새벽 3-4시에 자는 지독한 올빼미인데, 12시도 되기 전에 졸음이 온다. 수면패턴 맞춰지는 느낌.

부작용 관련

머리 지끈거린다. 부작용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히 잠을 덜 잔다. 중간에 한번 깨고.. 근데 피곤하진 않다.

흔히들 말하는 콘서타의 부작용(식욕감퇴, 불면증상)은 별로 안느껴진다. 밥도 잘 먹는다.

* 기록엔 없지만, 식욕감퇴 확실히 있었다. 음식 맛에 별 흥미가 없는 느낌이었다. 원래 맛있는거 앞에 두면 흥분하고 정신못차리고 먹는 스타일임..

근데 예전에 무기력증 때문에 살이 과하게 쪘어서, 무기력증 극복돼서 운동함 + 먹는 양이 줄어듦 -> 살이 좀 빠짐. 약의 부작용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식욕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죠.

약 거른 날

늦게 일어난 날 약을 걸렀다. (수면에 영향을 줘서 보통 아침에 먹으라 한다. 늦게일어나거나 깜빡하고 오후 될때까지 안먹었으면 그냥 그 날은 약 건너뛰라고 하심.) 그 날 늦게 잠들었고, 다음날 일어날 때 너무 힘들었다. 몸에 피가 안통해서 정신이 안차려지는 느낌.

(다른 날) 오후에 깨어나서 콘서타 안먹으려 했는데 도무지 짜증이 나서 무슨일을 할 수가 없고, 답답하고 계속 누워만 있고 싶어서 걍 약 먹어버렸다.

(또 다른 날) 일요일이라 늦게일어났고 약 안먹었다. 17시간 잤다. (ㅋㅋㅋㅋ)

종합하자면 저 개인적으로는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는 딱히 약효가 막 체감되진 않았어요. 근데 중간에 하루 약 안먹은 날 확실히 무기력하고 가라앉아서 잠만 자는걸 보면 확실히 약이 도움이 되는구나 느껴요.
그리고 어떤 일을 하다가 딴길로 새는 경향이 많이 줄었어요. 의사쌤은 이게 콘서타의 주된 효과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