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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ADHD와 게임중독 (콘서타 후기)

🤩 성인 ADHD

by Yun#5811 2019. 12. 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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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무지 좋아했다. 잘 하진 못했지만.

항상 게임이 관심사에 속했고, 메이플, 카트라이더,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된 나의 게임 히스토리는 내 인생의 2/3동안 계속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최근 플레이한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 스타듀밸리이다. 사실 맘 먹으면 스팀 게임들을 비롯해 여러가지를 섭렵했겠지만, 바쁘기도 하고, 수험생이니까 자제를 좀 했다. (남들 기준에선 자제를 안한 수준인게 함정)

바탕화면의 게임5대장

내가 게임중독이었어?

근데,

ADHD 약물인 콘서타를 복용하고 나서부터 게임이 너~~무 재미없다.

지금에서야 느낀 것은, 내가 게임중독이었단 것이다.

원래 어느정도였냐면, 원래 나는 수험생임에도, 주중에라도 갑자기 '아 게임하고싶다' 하면 바로 롤을 켰다. 1-2시간정도만 할 심산으로 시작하지만 정신차려보면 새벽이거나, 벌써 해가 뜨고 있을 시간이었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은데, 관성적으로 계속 몇시간 내내 하는거다. 그칠 수 없게된다.

그럼 자동적으로 그 다음날은 망하는거다. 늦게 일어나고,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고, 비 생산적인 올빼미 인생의 반복인 것이다.

올빼미 생활의 청산

나는 내가 올빼미족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아침엔 못일어나고, 저녁엔 왠지 집중력이 불타오르니까.

근데 아니었다. 콘서타 복용 이후에는 충동적으로 게임을 켜는 일이 적고, 게임에 허비할 시간에 하루동안 해야 할 일을 마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에 편안한 마음으로 잠에 든다.

지금은 2-3시쯤에 자서, 9-10시 쯤에 일어난다.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생활패턴이 망가진 비실비실 올빼미는 일단 면했다.

즉, 나는 여태까지 ADHD 특성 때문에 게임을 하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게임이 제공하는 성취감도파민중독되었던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올빼미 생활을 해오며 살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인지하지도 못한 채.

아래는 ADHD와 게임중독에 관한 관련 기사이다. 통계자료나 근거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6476&code=141300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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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kmib.co.kr

지금은 어떤지

위에서도 말했듯, 게임이 재미없다. 물론 한 두 판, 그러니까 한두시간 정도는 할만 하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티어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근데 그 흥미가 떨어지고 나면, 더이상 하고싶지 않아진다.

그럼 게임을 끈다. 그리고선 집안일이나, 계획 세우기 등등 다른 일을 곧이어 시작한다.

그리고, 애초에 갑자기 게임을 하고싶다는 충동이 별로 들지 않는다. 게임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것이 게임을 실행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나는 게임을 전혀 안해~" 라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갔는데, (아니 그럼 대체 남는시간에 뭘 해?)

이젠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한다. 일기를 쓰거나, 지금처럼 블로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더라도 게임 할 때와 비슷한 성취감과 만족감이 느껴진다. 애초에, 게임이 제공하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굳이 게임을 안해도 일상에 재밌는 것들이 있으니까 괜찮았던 것이다. ADHD나 게임중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보면 뭐 당연한 소리를 하나 싶겠다.

나는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새롭고 이상하다. 그리고 과거에 다섯시간 넘도록 게임을 붙잡고있던 내 자신도 너무 생소하다.

예전에 게임을 하느라 놓쳤던 시간들과, 게임에 쓰던 에너지들을 이젠 나에게 더 중요한 일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의지(will power)는 한정된 자원이다.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에 이 의지를 다 써버리면 생산적인 일을 할 기력과 시간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ADHD 진단이 주는 도움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뿐 아니라 쇼핑, 인터넷, sns, 스마트폰 등등..

어떤 일에 중독되어있을 때, 그만두거나 그 시간을 줄이고 싶은데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 괴로운 심정을 안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내 자신이 싫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내가 보내는 시간과 습관을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자신을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의지력을 아껴서, 좀 더 중요한 곳에 쓴다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단계에 와서야 실제로 생산적인 일을 선택하는 것이 의지의 문제에 속한다. 

부디 ADHD라는 뇌의 특성 때문에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를 탓하며 병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중독되기 쉬운 것 또한 ADHD의 특성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이제라도 진단 받은 것이 감사한 일이고 다행스럽다.

ADHD 진단을 받고 콘서타를 복용하면서, 변화를 느끼고 그것들을 기록해가면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가까워져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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